투자를 한 후에 스타트업 그리고 창업가가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는 건 항상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나 냉혹한 현실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열정이 가득한 대표와 팀, 험난한 향해를 위한 나침반인 사업계획서만 들고 있는 스타트업. 이 모험적 투자를 할 때 향후 무한한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해 보기도 한다. 결과론적으로 현실이 항상 아름답지는 않으며, 확률적으로는 너무나 어려운 게임을 하고 있다.
초기 사업을 위한 내부 자금을 '3F'라고 부르기도 한다. 3F는 가족(Family), 친구(Friends), 마지막으로 바보(Fool)다. 비교적 손쉽게 3F 투자를 받은 이후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해 사라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본격적 기관 투자자 투자를 이끌어 낸 이후라고 해도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다.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공동 창업자 혹은 내부 문제에 직면하거나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시간이 걸리거나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를 극복해 시장에 어렵게 내놓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생각과 다른 혹평을 받는 경우도 너무 많다.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해지면 외부 추가 투자 유치 혹은 대출을 시도하고 여의치 않은 경우 내부 자구책 등 수많은 방법을 강구하다가 끝내는 침몰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우연과 행운, 치열한 고민과 엄청난 헌신이 겹겹이 쌓여야만 가능하다.
그럼에도 세상을 혁신할 수 있는 위대함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때 나온다. 그 역할은 기존 정형화된 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이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창업을 장려한다. 오해하면 안되는 것은 창업을 모든 사람이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꼭 지금 이 순간 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 언젠가 창업을 해야 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에 항상 고민해야만 한다. 그 고민 속에서 창업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타당하고 결심이 섰을 때 창업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면 방법론적으로 어떤 이유가 전제가 될 때 우리는 창업을 해야만 할까. 창업에 대한 선택뿐 아니라 커리어 선택 등 무언가를 선택할 때 다음 3가지에 집중해야만 한다.
첫째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둘째 '내가 좋아하는 일', 마지막으로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사업을 영위할 때 스타트업 입장에서 주변 혹은 경쟁자 대비 선명한 강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스스로의 의지 보다는 주변의 객관적 지표를 통한 평가가 필수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스스로가 가슴 뛰면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스타트업이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은 마냥 좋을 수 만은 없다. 좋지 않은 일도 생기고 힘들어 질 때가 있는데, 해당 사업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지치지 않고 사업 지속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은 개인의 사회적 책무와 재무적 요인을 지니고 있다. 또 스타트업 측면에서는 기업가정신에 따른 사회적 책무와 사업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여러 대내외적 상황에도 활용 가능한 리소스를 최대한 활용해 성과를 내야만 한다.
그렇게 사업을 선택하면 앞서 말한 3F 투자 이외에 전문 기관 투자자의 투자를 이끌어 내야만 한다.
투자를 받는 행위는 꼭 돈이 필요해서만은 아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즉, 스타트업 밸류(Value)를 높여 주는데 기여를 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서다. 전문 기관 투자자가 아니여도 스타트업이라는 생명체를 키워줄 수 있는 조력자는 언제나 필요하다.
그러면 스타트업 입장에선 어떤 투자자의 투자를 받아야 하는가? 달리 말하면 어떤 투자자가 좋은 투자자인가? 우선 자본주의 체계에서 기관투자자가 투자라는 행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시장에 많은 투자자가 아름다운 이야기로 스타트업을 혼돈시킨다. 우리는 세상에 문제를 해결해 줄 기업과 창업가에 관심이 있고 기술에 진심이다 등등.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투자하는 스타트업이 얼마나 커질 것(스케일업)이며, 어떻게 회수(엑시트)를 할 수 있는지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어떤 투자자가 얼마의 가치에 얼마의 투자금을 넣는지 보다 단순 지분 참여자가 아닌 스타트업 가치를 제대로 올려 줄 수 있고, 동반자 역할을 해 낼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는 투자자에게 자금 투자를 받았을 경우 향후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돼 괴로워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
스타트업은 다음 3가지 중 최소 2가지 이상 교집합에 해당되는 투자자를 선택해야만 한다. △해당 산업 분야에 대한 이해도 △지속적 후속 투자 유치 △높은 브랜드 인지도다.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속한 산업 분야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있어야 스타트업이 어떤 사업 전략을 구상하고 어떻게 사업을 헤쳐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지혜를 나눌 수 있다. 이는 관련 분야 투자와 그로 인해 성과를 낸 투자자이거나 관련 이해도가 높은 심사역이 소속되고 해당 사업 연관 회사가 투자사와 연결된 경우 확률적으로 높다.
지속적 후속 투자 유치도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사회에 태어난 생명체이기에 성장을 위한 지속적 자금이 필요하다. 해당 투자자가 직접 후속 투자를 해 주거나 다른 투자자를 이끌어 내 해당 스타트업에 후속 자금 투자를 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은 초기에 내재적 브랜드 가치를 지니기 어렵기에 브랜드 가치를 줄 수 있는 투자사가 들어와야 한다. 외부에서 볼 때 아직 생소한 해당 스타트업 가치를 확인해 줄 수 있는 브랜드 인지도를 지니고 있는 투자사여야 한다.
반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스타트업을 선택할 것인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부분 투자자는 '스케일업'과 '엑시트' 방안을 본다. 그 두가지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으나 필자와 서울대기술지주는 다른 선택 기준을 더 높게 평가한다.
우선 아이디어 보다 창업자와 팀 역량이 뛰어난 초기 팀에 투자한다. 성장하는 기업은 아이디어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피봇)된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디어 보다는 훌륭한 창업자와 그 창업자와 함께 불구덩이라도 뛰어 들 수 있는 좋은 팀이 있다면 끝내 성공할 확률이 높다. 보유 기술력과 대표, 팀이 지니고 있는 내부 역량에 집중하는 것이다.
필자는 다른 무엇보다 우선해 'PREG'형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PREG는 지금까지 투자 후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기업들을 보며 그 공통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만들어본 신조어다.
'P'는 긍정, 'R'은 책임, 'E'는 체력, 'G'는 해내는 능력이다.
훌륭한 창업자와 팀은 어떤 상황에서도 현실적 사고는 유지하되 잘 될 거라는 긍정적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 그런 태도가 없다면 거친 항해를 할 수 없다. 창업자는 기업가 정신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은 사회 속에서 성장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이야기 한다. 창업가는 사회적 책임과 함께 하는 팀에 대한 책임, 나아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에 대한 책임을 지녀야 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지치지 않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험난한 스타트업 여정 속에서 창업자와 팀은 신체적 체력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지칠 수 밖에 없다. 지속성을 유지 하기 위해 신체적 체력 운동과 건전한 정신 유지를 위한 명상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 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나 개인별로 적합한 다양한 형태 운동을 꼭 하길 권하고, 그 중에서도 등산은 신체적 운동 뿐 아니라 정신적 부분에도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P, R, E를 통해 끝내 해내고 마는 능력인 그릿(Grit)이다. 스타트업 대표 뿐 아니라 직장에서 누군가를 선택할 때도 중요한 선택 요소이다. 작은 것이라도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은 끝내 무엇이든 해낼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발굴해 투자한 유니콘 기업 직전 단계 기업들이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로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AI)반도체를 선도하는 리벨리온, 해외 여행의 필수 환전플랫폼 트래블월렛 등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고 있는 스타트업. 즉 PREG형 인재들이다. 이렇듯 PREG를 지닌 인재들과 함께 PREG형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세상의 혁신에 일조하고자 한다.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 moksh@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