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티랩스

25년 위탁 급식 외길 이든푸드, 리버티랩스 품으로
지분 100% 인수 후 10년에 걸쳐 직원에게 이양
단기 성장보다 ‘안정성’ 추구해 기업 영속 목표

“아들이 이 일은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직원들 챙기는 게 자기 성향에 안 맞는다면서.”

1999년 설립 이래 위탁 급식 서비스 외길을 걷고 있는 이든푸드서비스(이하 이든푸드)의 창업주 윤주현(62) 씨는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공공기관 구내식당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한 공공기관 구내식당에서 이든푸드서비스 창업주 윤주현(왼쪽)씨가 영양사와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장우정 기자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한 공공기관 구내식당에서 이든푸드서비스 창업주 윤주현(왼쪽)씨가 영양사와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장우정 기자

‘집 밖에서 먹는 집밥’이라는 모토 아래 묵묵히 사업을 이어온 이든푸드는 현재 수도권 소재 관공서와 프로 스포츠 구단 등 22곳에 급식을 제공하며 지난해 31억 50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중소기업이다.

윤 씨는 60대에 접어들면서 체력적인 부담을 느껴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가족 승계를 고려했지만, 아들 윤 씨(35)가 1년 만에 인력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회사를 떠나자 상황은 난관에 부딪혔다.

“2~3년 전에 아들을 투입했는데, 1년 정도 해 보더니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이 업종은 80~90%가 인력 운영인데, 직원들 개개인의 성향을 다 맞춰줘야 하거든요. 아들이 여기에 어려움을 느꼈던 거죠.”

◇ ‘직원’ ‘거래처’ 다 지키는 게 우선순위

결국 윤 씨는 작년 하반기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통상적인 인수합병(M&A)은 윤 씨가 원하는 해법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인수 희망 업체는 펀드를 조성해 기업 가치를 올리거나 비용을 줄여 5~7년 뒤 차익 실현을 목표로 인수에 뛰어든다. 리스크가 있더라도 성장 가능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수 이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경우도 많다.

윤주현(오른쪽) 이든푸드서비스 창업주와 박형준 신임 대표(왼쪽)가 악수하고 있다.
윤주현(오른쪽) 이든푸드서비스 창업주와 박형준 신임 대표(왼쪽)가 악수하고 있다.

윤 씨는 자신이 25년간 키워온 회사가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러던 중 ‘리버티랩스’라는 회사를 알게 됐다. 직원 소유 모델로 승계를 지원하는 미국의 팀셰어스(Teamshares)·임파워드 벤처스(Empowered ventures), 일본 M&A 종합 연구소 등을 벤치마킹해 2023년 국내에서 설립된 곳이다.

리버티랩스는 이든푸드의 지분 100%를 인수하되, 매년 발생하는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투자비를 회수하고 대신 지분을 조금씩 직원들에게 증여하는 방식의 ‘직원 소유 기업’으로 전환하는 독특한 모델을 제시했다. 10~20년에 걸쳐 회사가 직원들의 손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한 시도다. 이 때문에 리버티랩스가 인수 기업을 고르는 우선순위 역시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안정성’이 꼽힌다.

윤 씨는 “‘직원과 거래처를 지킬 수 있는 곳인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현재 회사 고문으로서 회사의 연착륙을 돕고 있다.

“20년간 키운 회사니 자식 같죠. 직원들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직원들에게 복지 차원에서도 좋은 제도이고, 제가 경영에서 물러나는 명분도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33세 아들뻘 전문경영인 “직원과 함께 성장 목표”

작년 11월부터 이든푸드를 이끌고 있는 신임 박형준(33) 대표는 리버티랩스가 선발한 전문 경영인이다. 꼭 윤 씨의 아들뻘이다.

컴투스(50,100원 ▲ 2,800 5.92%)데브시스터즈(31,100원 ▲ 2,150 7.43%), 엔씽 등에서 인사관리(HR), 회계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박 대표는 이든푸드의 안정적 성장과 변화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모회사가 된 리버티랩스는 이든푸드가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박 대표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면서도 업무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재무·인사 등 내부 소프트웨어 구축을 돕는 등 물밑 지원하고 있다.

직원 역시 단 한 명도 내보내지 않았다. 박 대표는 취임 후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조직 결속력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박형준(오른쪽) 이든푸드 신임 대표가 한 구내식당 조리실을 살피고 있다. /장우정 기자
박형준(오른쪽) 이든푸드 신임 대표가 한 구내식당 조리실을 살피고 있다. /장우정 기자

그는 “인력에 많이 의존하는 사업이다 보니 직원이 없으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생각한 게 직원이었다”면서 “올해 들어 워크숍이나 미팅 기회를 만들어서 결속력을 다지고,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든푸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위탁 급식 사업 외에 식자재 유통 사업을 추진하고, 미래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식단 배송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3년 뒤에는 신사업에 투자를 많이 할 것 같아요. 위탁 급식뿐 아니라 식자재 유통도 같이하는 모델을 보고 있어요. 애플워치나 갤럭시워치를 통해 시니어 케어를 위한 맞춤형 식단 배송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 후계자 없는 中企에 폐업·역이민 대신 해법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중소기업 창업 1세대의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연구 결과(2021년)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표 4명 중 1명은 60대 이상이고, 70대 이상도 3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향후 10년간 원활한 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멸 예상 사업체 수는 약 32만5000개, 실직자 수 약 300만명을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과중한 상속세 부담은 안정적 일자리의 근원이 되는 가업 승계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높은 상속세율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이주하는 ‘역이민’ 현상이 나타나거나 차라리 문을 닫는 것을 택하고 있는 곳들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든푸드의 사례가 승계가 어려운 중소기업들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400곳이 넘는 중소기업이 승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리버티랩스와 협업을 논의했다고 한다. 리버티랩스는 이번 이든푸드 인수를 시작으로 상반기 중 10곳이 넘는 중소기업을 인수, 직원소유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유현호 리버티랩스 부대표는 “건실한 중소기업조차도 주위에 매각하려다 여의치 않아 폐업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직원소유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소기업이 영속하는 길이다. 시장이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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